정부가 지원하고 마을 주민들이 함께하는 사업.
여기까지만 들으면 햇빛소득마을은 꽤 안정적인 투자처럼 느껴집니다.
저도 부모님께서 참여를 고민하신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확인했듯이 정부의 지원과 부모님의 원금 보장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자식 입장에서는 반대의 경우도 확인해봐야 했습니다.
“햇빛소득마을도 잘못하면 손해를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태양광 사업이라고 무조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 예상수익이 줄어들고, 그것이 부모님의 투자금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미리 알고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① 예상만큼 전기가 생산되지 않는다면?
태양광 발전소의 수입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발전량입니다.
사업계획서에는 예상 발전량을 바탕으로 앞으로 얼마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계산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 발전량은 매년 똑같을 수 없습니다.
일조량과 날씨가 달라질 수 있고, 설비 상태나 주변 환경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장기간 사용하면 태양광 모듈의 성능도 조금씩 저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님께서 받으신 사업계획서에 연간 예상수익이 적혀 있다면 저는 그 숫자 하나만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예상 발전량보다 10~20% 적게 생산돼도 이 사업은 괜찮을까?”
이 계산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② 전기를 파는 가격도 계속 같을까?
태양광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는 판매해야 수입이 됩니다.
따라서 발전량뿐 아니라 전기를 얼마에 판매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전력시장 가격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제도는 앞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년, 20년짜리 예상수익표를 만들면서 현재와 비슷한 판매 조건이 장기간 계속된다고 가정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모님 투자라면 저는 가장 좋은 예상보다 오히려 보수적인 계산을 보고 싶습니다.
전력 판매수입이 예상보다 10% 줄어들면?
20% 줄어들면?
그래도 대출금과 운영비를 내고 주민에게 나눠줄 돈이 남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③ 빌린 돈은 수익이 줄어도 갚아야 합니다
제가 특히 중요하게 보는 부분입니다.
햇빛소득마을에는 설비 투자비의 최대 85%까지 장기·저리 융자를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돼 있습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융자는 결국 부채입니다.
발전수익이 예상보다 많이 발생했다고 해서 대출금을 더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발전수익이 예상보다 줄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대출 상환액이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님께서 참여하는 사업의 예상수익표를 볼 때 반드시
발전소 매출 → 운영비 → 대출 원리금 → 실제 남는 돈
순서로 보고 싶습니다.
④ 태양광도 유지비가 듭니다
태양광 패널만 설치하면 이후 20년 동안 아무 비용 없이 전기가 생산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발전소 역시 시설입니다.
정기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고 인버터를 비롯한 일부 장비의 수리나 교체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보험이나 안전관리 비용, 토지 또는 시설 사용과 관련된 비용 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계획서를 볼 때 저는 유지관리비를 얼마로 계산했는지도 확인하려 합니다.
장기간의 예상수익을 보여주면서 유지·보수비를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면 예상 배당금 역시 실제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⑤ 발전소보다 ‘운영하는 사람’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알아볼수록 제가 의외로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입니다.
햇빛소득마을은 기계만 설치한다고 끝나는 사업이 아닙니다.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회계를 관리하고 대출금을 갚고 발전소를 관리하며 발생한 수익을 정해진 기준에 따라 배분해야 합니다.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참여하신다면 저는 태양광 패널의 종류보다 먼저 이런 것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누가 협동조합을 운영하는지.
회계내역을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지.
수익배분 기준이 정관에 명확하게 적혀 있는지.
중요한 의사결정을 누가 하는지.
특정 업체와 장기간 계약한다면 계약조건은 무엇인지.
마을 주민끼리 하는 사업일수록 오히려 이런 부분을 문서로 명확하게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⑥ 그렇다면 부모님 원금도 잃을 수 있을까?
자식으로서 결국 가장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최악의 경우 부모님이 넣은 돈도 잃을 수 있는가?”
협동조합에 출자하는 방식이라면 은행 예금과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사업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으면 배당이 줄거나 없을 수 있고, 구체적인 사업구조와 조합 규정에 따라 출자금을 원하는 시점에 바로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살펴봐야 합니다.
사업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출자금 손실 가능성 역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님께
“정부 사업이니까 원금은 안전하겠지.”
라고 말씀드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실제 협동조합의 정관과 출자계약서를 보고 조합원의 책임 범위와 탈퇴·출자금 반환 규정을 확인하려 합니다.
제가 부모님 투자라면 ‘수익률’보다 이것부터 보겠습니다
결국 제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최고 수익이 아닙니다.
사업 설명자료에서
연간 예상수익 ○○만 원
이라는 숫자를 보는 것보다 저는 세 가지 계산을 보고 싶습니다.
좋은 경우
예상대로 발전하고 비용도 계획대로 발생했을 때 부모님에게 얼마가 돌아오는가.
보통의 경우
예상수익이 10~20% 정도 줄어도 대출과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는가.
나쁜 경우
수익이 30% 정도 줄거나 예상하지 못한 수리비가 발생해도 추가 출자 없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상황에서도 부모님의 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그때부터 투자 여부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햇빛소득마을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햇빛소득마을이 상당히 위험한 사업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위험요소를 하나씩 확인하는 이유는 사업을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정부의 금융지원이 있고 마을이 공동으로 장기간 수익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특히 활용하지 않던 부지나 건물 지붕 등을 이용해 새로운 마을소득을 만들 수 있다면 좋은 사업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부모님의 노후자금이 들어가는 일이라면 좋은 점만 듣고 결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수익과 위험을 모두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알아보고 나니 이제 훨씬 현실적인 질문 하나가 남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부모님이 사는 마을은 햇빛소득마을에 참여할 수 있을까?”